Friday, July 16, 2010

지식적 겸손

지금부터 10여년 전, 대망의 2000년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관공서와 은행, 병원과 경찰서를 비롯하여, 한번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인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핵시설이나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업종의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였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밀레니엄 버그, 즉 Y2K였습니다. 컴퓨터의 정보 입력 자체가 두자리 수자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1999년까지는 99라는 마지막 뒷의 두 자리로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2000년이 되는 그 순간부터 00이라는 마지막 두자리 숫자의 입력은 이것이 2000년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에 00 자리가 붙는 다른 많은 년도를 뜻하는 것인지 컴퓨터 자체가 인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만일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와 전산망에 대 혼란이 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인류의 대재앙이 올지도 모르니 만일을 대비하여 비상식량을 준비하고, 인류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려에 불과 했습니다. 실제로 2000년 1월 1일이 되는 그날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혼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다시금 평정을 되 찾았고, 불과 몇분전만 해도 자신들을 불안케 했던 그 문제에 언제 있었냐는 듯 잊어버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몇몇 전문가들만이 밀레니엄 버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자신들의 공언이 입증 되었음으로 인해서 스스로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채 1년이 되지 않은 2000년 그해 말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인류가 20세기에 반성할 점은 무엇이며, 21세기에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대다수의 석학들이 공통적인 답변을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지식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리 인류는 지난 한 세기를 너무 겸손하지 않게 살았기 때문에, 다가올 세기는 이를 반성하고 좀더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연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비로소 인간이 세계사의 문명속에서 겸손의 원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인간의 지식도 결국 컴퓨터 하나의 고장으로도 쉽게 끝날 수 있다는 이 경고 앞에 인간은 드디어 겸손해지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로마의 군대가 가는 곳이라면 천년동안이나 세계 어느 곳이나 함께 갔던 했던 로마문명의 상징 라틴어는 겸손이라는 단어를 “Humilitas”로 표현합니다. 이것은 땅, 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밟고 다닐 만큼 낮고 천한 것이 땅이며 흙입니다. 인간의 모든 쓰레기와 오물을 품어 다시금 흙에 되게 하는 이 땅의 원리가 바로 겸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우리는 지금부터 2천년전 사도 베드로가 왜 그토록 로마의 핍박과 고난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초대교회 성도들을 향하여 이 겸손의 원리를 실천하라고 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힘과 폭력으로 다가오는 저들을 이기는 방법은 겸손의 원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로마군인들의 채찍과 침 뱉음 앞에 폭력으로 대항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흙이 되셔서 인간의 모든 죄와 오물을 품어 다시금 새로운 생명과 소망의 빛으로 바꿔 주신 그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바로 겸손이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이 겸손을 따랐을 때 로마를 이기며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성도들이 이 세상을 이기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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