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에서 인용 -<킹스 스피치> 비결은? 자신과의 소통법 터득, 타인의 말 경청은 말하기의 기본 (이윤주 기자 )http://weekly.hankooki.com/lpage/goodlife/201104/wk20110413061025104970.htm
영화 <킹스 스피치>는 미디어 정치의 시대, 말더듬이 왕에 대한 영화다. 왕이 국민을 이끌기 위해 전장에 나가는 대신 마이크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 시대, 왕은 '스피치' 훈련을 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왕의 화술을 익혀간다. 그리고 전쟁을 맞은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며 신뢰받는 왕으로 거듭난다. 영화 같은 얘기는 알려진 것처럼 사실이고, 이 왕은 영국의 조지 6세, 그러니까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다.이 영화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간명한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미디어 정치의 시대에 태어난 왕은 당연히 말을 잘해야 하고, 말더듬이 왕은 '진심'의 연설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인터넷, 스마트폰 기타 등등의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다. 이제 왕이 아니라도 '스피치'를 해야 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한 편에서 청산유수로 말 쏟아내는 사람은 경박하고 간사하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 이어령 선생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달변'이라고 하지 않던가. ("달변이라는 말은 '내용은 없어도 청산유수'라는 말인데, 참 모욕적이에요. 강연 후에 누가 '청산유수시네요' 하면 할 말이 없어요." 2006년 10월 한국일보 인터뷰)요컨대 우리는, 말을 잘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잘하면 안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말하기가 좋은 말하기 일까? 우리는 어떤 말로 타인과 소통해야 할까?전문가들은 말한다. 말하기는 언변의 기술이 아니라고.우리가 아니라 나라고타인과 소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낮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메라비언의 법칙을 살펴보자.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에 이른다. 말하고 듣기, 이른바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영역을 다 합해도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영역보다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물론 이건 사람의 이미지에 관한 연구결과이므로 누군가와 말하기를 할 때의 언어와 비언어, 듣기와 말하기의 역학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본격적으로 말하기에 집중해보자. 방송인 유정아 씨는 저서 <서울대 말하기 강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말에 대해 배우는 것은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다.' (9페이지)그렇다면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자신을 밖으로 꺼낼 때 어떤 특징을 보일까?"나보다는 우리에 대한 개념이 지배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과 가정이 우선시 되죠. 우리라는 감정을 내세워서 연대감, 일체감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겁니다. 이직이나 퇴직 시점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려줘야 하는데도 나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습니다."이미지컨설팅업체 누에이미지 김은진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중년 남성의 특징으로 "관심사가 단순화되면서 호기심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말한다."자신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 공감대를 느끼지만 여타 부분은 무관심해집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대화가 잘 이뤄지는 것 같지만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관심이 줄어드니 대화의 빈곤함은 증가하죠. 자녀와의 대화에서 장애가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이 정도면 조지 6세처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김 대표는 "다만 대화를 듣고, 상대방의 말 가로채지 않고, 핵심사항을 전달하고, 이해력이 풍부해지는 스킬들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말하기 교육의 1단계는 소통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자신과의 소통 방법을 터득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를 익히는 것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 교수는 "여자는 관계지향적 대화에 강하고, 남자는 사실지향적 대화가 강하다"고 말한다. 흔히 남성이 여성보다 자기중심적이라고 오해받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예컨대 아내가 "여보, 운전 좀 천천히 하면 안돼요?"라고 물을 때 대부분의 남편은 "80km/h 가 빠르나?"고 되묻는다. 여성은 감성(불안)을 말하는데, 남성은 팩트로 받아치는 경우다. 이럴 때, 대화는 단절된다. 물론 상대방의 감성을 중시하는 관계지향적 대화와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사실지향적 대화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거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대화의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적절한 대화방식을 찾으면 된다. 남관희 교수는 "남성들은 흔히 사실지향적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배려가 낮은 대화에 익숙하다. 중요한 것은 관계가 형성돼있지 않으면 사실지향적 대화도 거스르게 들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기를 내 맘처럼 알아주는' 대화를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도대체 어떻게 경청하란 말인가?요즘 '말 잘하기'를 강연하는 전문가들은 '잘 듣기'부터 가르친다. 상대방의 호불호나 관심의 일치, 감성을 파악하는 것은 성공적인 말하기의 밑거름이 되는 바, 경청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 기업에서 경영학 석사 출신의 학식이 풍부한 이들을 우대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말 잘하는 사람을 뽑았고, 최근에는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 경청의 중요성을 시장이 간파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히 잘 듣는 것을 넘어 잘 듣고 있다는 반응 즉 피드백을 보여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듣고 싶은 것만 듣는 필터링의 관성에서 탈피하여,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자신의 삶의 경험과 해석을 가미해 해석하고,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통해 확인하고 함께 대화를 확장할 수 있어야 제대로 말하고 들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비판적 듣기를 넘어선 구성적 듣기, 건설적 듣기라 하겠다.' (유정아 <서울대 말하기 강의> 49페이지)단순히 피드백만이 아니다. 말 중간의 침묵은 유창한 말보다 청중을 잘 환기시킬 수 있다.오바마 대통령의 화술은 논리적이고 겸손하다. 2008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펼친 그의 화법은 우리나라에 '기적의 스피치'로 소개될 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전설의 스피치로 기록된 연설은 지난 1월 12일 애리조나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연설이다. 근래 최고 명연설로 꼽히지만 실제 연설의 포인트는 침묵이었다. 일명 '51초의 침묵' 연설이다.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사건으로 숨진 9세 소녀 크리스티나를 추모하며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뒤 감정을 추스르며 51초 동안 연설을 중단했다. 이때 예상치 못한 침묵이 감동을 주며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연설 당시 녹화 영상을 자세히 보면 그는 잠시 먼 곳을 응시했다 다시 관중을 바라보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 다시 원고를 보다가 반대편 청중을 보고 입술을 깨문다. 청중을 상대로 말할 때와 똑같은 표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침묵하면서 메시지를 전하는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소통 능력은 상호 작용의 상황에 알맞게 메시지를 조절하는 언어적, 인지적 능력을 일컫는다. 말하기 능력은 타고났다는 선입견을 뒤엎고 최근에는 말하기 훈련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부지기수로 나와 있다. 몇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화술과 스피치학원은 그런 가능성에 대한 증거일 게다. 그러니 노력, 해보자. 어눌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말더듬이 왕처럼.
Saturday, April 23, 2011
Friday, April 22, 2011
에멀징 예배 대안인가 인본주의인가
크리스천투데이 2011년4월19일자에서 인용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45891
▲이머징 예배에선 촛불과 스테인드 글라스 등을 통해 보다 더 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김진영 기자몇 개의 촛불이 어둠에 수를 놓고 적막은 성경을 넘기는 소리에 깨어진다. 마치 후광처럼, 스테인드 글라스를 비추는 햇살이 아련하다. 그 옛날 높디 높은 단상은 고개를 숙인 채 낮아졌고 십자가는 첨탑에서 내려와 만인(萬人) 가운데 섰다…….
어느 예배의 풍경을 상상하며 그린 것인데, 혹 가톨릭의 미사가 아닌가 할지 모르겠다. 촛불과 스테인드 글라스 등 주로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미국에서 점차 그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일명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머징 예배는 그 이름 자체로 고유명사가 아닌,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예배의 형식을 ‘떠오른다’는 뜻의 영어로 표현한 것이다. 주로 경제학에서 미국과 서유럽의 선진국 시장에 이은 중국과 한국 등 신흥 시장을 일컬어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머징 예배는 미국에서 흔히 ‘구도자 중심 이후의 예배’(Post Seeker-sensitive Worship)로 불린다. 말 그대로 미국과 한국의 대다수 교회들이 비신자 전도를 위해 도입한 ‘구도자 예배’의 대안으로 제시된 예배라는 뜻이다. 미국의 윌로우크릭교회와 새들백교회 등이 도입한 구도자 예배가 서서히 그 한계점을 드러내면서 새롭게 대두된 예배가 바로 이머징 예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구도자 예배의 대안을 찾게 된 걸까. 이는 구도자 예배가 지향하는 대상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이 예배는 대개 교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교회가 고리타분하고 따분하며 현실과 무관한 종교적 의식만을 강요한다고 생각하는 세대들이다. 그래서 교회는 될수록 종교적 의식을 생략하고 현대적 감각의 시청각 영상과 음악을 사용하는 구도자 예배를 통해 이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려 했다.
하지만 베이비 부머 다음의 세대, 곧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달랐다. 이들은 해체주의와 상대주의, 이질성과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모던’(Post Modern)에 영향받은 세대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상호 의존적이며 진리와 가치를 머리로 학습하기보다 가슴과 행동으로 체험하길 원한다. 모든 것이 청중의 ‘편의’라는 차원에서 기획되고 진행되는 구도자 예배는 결정적으로 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체험’의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머징 예배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영적 체험’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속한 젊은이들이 하나님에 대해 듣고 아는 것보다 스스로 하나님을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한다는 발견이 이머징 예배로 이어졌다. 경건한 분위기를 선호하고 예전과 영성 훈련 등에 보다 더 관심을 두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구도자 예배에 만족하지 않았다.
결국 구도자 예배를 위해 십자가를 비롯한 기독교적 상징들을 모두 걷어냈던 교회들이 다시 전통적 모습을 찾기에 이르렀다. 촛불을 사용하거나 구약의 예배에 등장한 향을 피우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활용해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극장과 콘서트홀로 변해간 예배당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경건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현대 문화의 색깔을 빠른 속도로 덧칠해간 교회가 다시금 전통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셈이다.
또 하나 이머징 예배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형식의 파괴’다. 이머징 예배는 즉흥적 체험과 영적 신비감을 강조해 예배의 특정한 형식에 예배자가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예배자는 기도와 찬송 등 신앙적 행동을 미리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머징 예배, 한국서도 곧 나타날 것
이머징 예배는 현재 미국에서 상당할 정도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또 하나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목회하며 최근 「이머징 교회와 신비주의」(부흥과개혁사)를 번역한 황스데반 목사는 “현재 미국에 미치는 이머징 교회 운동의 영향은 대단하다”며 “복음주의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거의 대부분 이머징 교회 운동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에 따르면 이미 2천만 명 이상의 미국 교인들이 이머징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지난 2006년 한 방송사의 조사 결과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은 그 숫자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황 목사의 추측이다. 뿐만 아니라 이머징 교회의 리더 중 한 명인 브라이언 맥클라렌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25인에 선정된 바 있다.
황 목사는 “브라이언 맥클라렌과 뜻을 같이 하는 인물은 릭 워렌, 리차드 포스터, 척 콜슨, 토니 존스, 토니 캠폴로, 댄 킴벌, 로브 벨, 패짓 더그, 보르그 마르커스, 존스 앨런 등 미국 사회와 교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앞으로 이들이 이 세대에 어마어마한 변화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이머징 예배의 뚜렷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도입된 구도자 예배가 얼마 후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이머징 예배 역시 머지않아 국내에서 그 영향력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는 게 다수 신학자들의 전망이다.
“잘못된 은혜지상주의” VS “다음 세대 위한 예배”
그러나 이머징 예배를 보는 시각은 서로 엇갈렸다. 황스데반 목사는 “이머징 교회 운동의 신학은 절대 진리를 거부한다. 상대주의와 인본주의가 그 운동의 본질이기 때문”이라며 “이머징 예배가 확산되면 그 어떤 절대적 진리를 강하게 외치는 일들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보다는 포스트 모던 사상에 물든 교회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가장 즐겁게 예배를 드리는 때가 올 것”이라고 이머징 예배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황 목사는 또 “한국에서도 이머징 교회 운동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머징 교회와 관련된 책들은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사는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없이 읽혀질 것이 확실하다. 이머징 교회 운동이 한국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때는 단지 그 때가 언제이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한국교회가 이머징 예배를 경계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이 교수는 “과거 경배와 찬양 운동이나 구도자 예배가 그랬듯 앞으로 이머징 예배 역시 일종의 혼합된 양상으로 국내 많은 교회들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성경적이 되려는 의식없이 그저 유행을 좇으려는 것에 불과하다. 신앙의 선배들이 왜 피를 흘리며 성경적 예배의 모습을 끝까지 지키려 했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머징 예배에선 종교개혁적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교회는 종교개혁적 전통 속에 있어야 한다”고 이머징 예배를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머징 예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은혜지상주의 때문”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은혜만 되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은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반대로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긍정적으로 본다. 이머징 예배가 시작된 동기 자체가 구도자 예배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었으므로 분명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운동이든 처음 시작될 때는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작용이 발견된다. 어미징 예배도 ‘이머징 주의’가 되면 또 하나의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머징 예배의 좋은 점들을 잘 발견해 우리에게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배 교수는 이머징 예배가 촛불이나 십자가 등 조형적 상징들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하나의 교육적 차원의 것이지 그것 자체로 형상화나 우상화는 아니다”며 “상징들을 통해 표현하려는 은총을 신자들에게 잘 적용시켜 준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결국 성경이 말하는 예배의 본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드러낼 것인가 하는 것이 변화의 동기가 돼야 한다”며 “모든 것은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차원에서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승중 교수(장신대)도 이머징 예배에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주 교수는 “앞으로 더욱 주의 깊게 이머징 교회들과 그 예배의 흐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21세기 포스트 모던 사회에 접한 한국교회 예배가 나아갈 한 가지 방향성을 짐작하게 된다”며 “포스트 모던 시대를 맞이한 교회들은 내심 커다란 위기의식 가운데 있다. 기존의 진리체계가 해체되고 상대화 되며, 모든 권위와 전통이 부정되는 상황 속에서 기존 교회들은 당황하고 있다. 이머징 예배는 예배 현장의 혼돈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던져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머징 예배는 교회들이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력 아래서 어떤 미래적인 교회를 세워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다”며 “이 세대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성이 뚜렷하며,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아주 익숙하다. 그러므로 이머징 예배는 다음 세대 부흥을 위한 예배를 고민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예배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머징 예배에선 촛불과 스테인드 글라스 등을 통해 보다 더 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김진영 기자몇 개의 촛불이 어둠에 수를 놓고 적막은 성경을 넘기는 소리에 깨어진다. 마치 후광처럼, 스테인드 글라스를 비추는 햇살이 아련하다. 그 옛날 높디 높은 단상은 고개를 숙인 채 낮아졌고 십자가는 첨탑에서 내려와 만인(萬人) 가운데 섰다…….
어느 예배의 풍경을 상상하며 그린 것인데, 혹 가톨릭의 미사가 아닌가 할지 모르겠다. 촛불과 스테인드 글라스 등 주로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미국에서 점차 그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일명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머징 예배는 그 이름 자체로 고유명사가 아닌,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예배의 형식을 ‘떠오른다’는 뜻의 영어로 표현한 것이다. 주로 경제학에서 미국과 서유럽의 선진국 시장에 이은 중국과 한국 등 신흥 시장을 일컬어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머징 예배는 미국에서 흔히 ‘구도자 중심 이후의 예배’(Post Seeker-sensitive Worship)로 불린다. 말 그대로 미국과 한국의 대다수 교회들이 비신자 전도를 위해 도입한 ‘구도자 예배’의 대안으로 제시된 예배라는 뜻이다. 미국의 윌로우크릭교회와 새들백교회 등이 도입한 구도자 예배가 서서히 그 한계점을 드러내면서 새롭게 대두된 예배가 바로 이머징 예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구도자 예배의 대안을 찾게 된 걸까. 이는 구도자 예배가 지향하는 대상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이 예배는 대개 교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교회가 고리타분하고 따분하며 현실과 무관한 종교적 의식만을 강요한다고 생각하는 세대들이다. 그래서 교회는 될수록 종교적 의식을 생략하고 현대적 감각의 시청각 영상과 음악을 사용하는 구도자 예배를 통해 이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려 했다.
하지만 베이비 부머 다음의 세대, 곧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달랐다. 이들은 해체주의와 상대주의, 이질성과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모던’(Post Modern)에 영향받은 세대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상호 의존적이며 진리와 가치를 머리로 학습하기보다 가슴과 행동으로 체험하길 원한다. 모든 것이 청중의 ‘편의’라는 차원에서 기획되고 진행되는 구도자 예배는 결정적으로 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체험’의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머징 예배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영적 체험’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속한 젊은이들이 하나님에 대해 듣고 아는 것보다 스스로 하나님을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한다는 발견이 이머징 예배로 이어졌다. 경건한 분위기를 선호하고 예전과 영성 훈련 등에 보다 더 관심을 두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구도자 예배에 만족하지 않았다.
결국 구도자 예배를 위해 십자가를 비롯한 기독교적 상징들을 모두 걷어냈던 교회들이 다시 전통적 모습을 찾기에 이르렀다. 촛불을 사용하거나 구약의 예배에 등장한 향을 피우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활용해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극장과 콘서트홀로 변해간 예배당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경건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현대 문화의 색깔을 빠른 속도로 덧칠해간 교회가 다시금 전통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셈이다.
또 하나 이머징 예배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형식의 파괴’다. 이머징 예배는 즉흥적 체험과 영적 신비감을 강조해 예배의 특정한 형식에 예배자가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예배자는 기도와 찬송 등 신앙적 행동을 미리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머징 예배, 한국서도 곧 나타날 것
이머징 예배는 현재 미국에서 상당할 정도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또 하나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목회하며 최근 「이머징 교회와 신비주의」(부흥과개혁사)를 번역한 황스데반 목사는 “현재 미국에 미치는 이머징 교회 운동의 영향은 대단하다”며 “복음주의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거의 대부분 이머징 교회 운동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에 따르면 이미 2천만 명 이상의 미국 교인들이 이머징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지난 2006년 한 방송사의 조사 결과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은 그 숫자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황 목사의 추측이다. 뿐만 아니라 이머징 교회의 리더 중 한 명인 브라이언 맥클라렌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25인에 선정된 바 있다.
황 목사는 “브라이언 맥클라렌과 뜻을 같이 하는 인물은 릭 워렌, 리차드 포스터, 척 콜슨, 토니 존스, 토니 캠폴로, 댄 킴벌, 로브 벨, 패짓 더그, 보르그 마르커스, 존스 앨런 등 미국 사회와 교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앞으로 이들이 이 세대에 어마어마한 변화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이머징 예배의 뚜렷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도입된 구도자 예배가 얼마 후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이머징 예배 역시 머지않아 국내에서 그 영향력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는 게 다수 신학자들의 전망이다.
“잘못된 은혜지상주의” VS “다음 세대 위한 예배”
그러나 이머징 예배를 보는 시각은 서로 엇갈렸다. 황스데반 목사는 “이머징 교회 운동의 신학은 절대 진리를 거부한다. 상대주의와 인본주의가 그 운동의 본질이기 때문”이라며 “이머징 예배가 확산되면 그 어떤 절대적 진리를 강하게 외치는 일들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보다는 포스트 모던 사상에 물든 교회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가장 즐겁게 예배를 드리는 때가 올 것”이라고 이머징 예배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황 목사는 또 “한국에서도 이머징 교회 운동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머징 교회와 관련된 책들은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사는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없이 읽혀질 것이 확실하다. 이머징 교회 운동이 한국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때는 단지 그 때가 언제이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한국교회가 이머징 예배를 경계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이 교수는 “과거 경배와 찬양 운동이나 구도자 예배가 그랬듯 앞으로 이머징 예배 역시 일종의 혼합된 양상으로 국내 많은 교회들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성경적이 되려는 의식없이 그저 유행을 좇으려는 것에 불과하다. 신앙의 선배들이 왜 피를 흘리며 성경적 예배의 모습을 끝까지 지키려 했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머징 예배에선 종교개혁적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교회는 종교개혁적 전통 속에 있어야 한다”고 이머징 예배를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머징 예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은혜지상주의 때문”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은혜만 되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은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반대로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긍정적으로 본다. 이머징 예배가 시작된 동기 자체가 구도자 예배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었으므로 분명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운동이든 처음 시작될 때는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작용이 발견된다. 어미징 예배도 ‘이머징 주의’가 되면 또 하나의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머징 예배의 좋은 점들을 잘 발견해 우리에게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배 교수는 이머징 예배가 촛불이나 십자가 등 조형적 상징들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하나의 교육적 차원의 것이지 그것 자체로 형상화나 우상화는 아니다”며 “상징들을 통해 표현하려는 은총을 신자들에게 잘 적용시켜 준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결국 성경이 말하는 예배의 본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드러낼 것인가 하는 것이 변화의 동기가 돼야 한다”며 “모든 것은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차원에서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승중 교수(장신대)도 이머징 예배에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주 교수는 “앞으로 더욱 주의 깊게 이머징 교회들과 그 예배의 흐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21세기 포스트 모던 사회에 접한 한국교회 예배가 나아갈 한 가지 방향성을 짐작하게 된다”며 “포스트 모던 시대를 맞이한 교회들은 내심 커다란 위기의식 가운데 있다. 기존의 진리체계가 해체되고 상대화 되며, 모든 권위와 전통이 부정되는 상황 속에서 기존 교회들은 당황하고 있다. 이머징 예배는 예배 현장의 혼돈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던져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머징 예배는 교회들이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력 아래서 어떤 미래적인 교회를 세워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다”며 “이 세대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성이 뚜렷하며,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아주 익숙하다. 그러므로 이머징 예배는 다음 세대 부흥을 위한 예배를 고민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예배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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