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3일, 지구상에 몇 안되던 분단국가 독일이 통일을 선언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통일 독일은 세계 3위의 교역 대국이자 4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하지만 1000억 유로에 달하는 국가 부채,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 여기에 활력을 잃은 경제 주체들까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게 독일 스스로의 평가다.
독일 통일 20년을 맞이한 2010년, 또 다른 분단 지역인 한반도에서도 통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 축사를 시작으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 ‘통일세’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의 불안한 3대 권력 세습과 맞물리며 한반도도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 통일의 해결책을 독일 통일의 과정과 결과에서 찾고 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독일식 통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경제 격차였다. 통일 직전 서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9300달러, 동독은 580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독은 이 차이를 무시했다. 같은 동포라는 감성에 휩싸여 1:1 화폐교환(당시 적정 환율은 4.4:1), 동독지역 임금의 일괄인상 등을 추진했다. 이는 옛 동독 지역의 물가 상승과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지금도 독일 경제의 짐이 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 GDP의 4%에 달하는 돈을 통일 후속 작업에 쏟아붙고 있지만,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2등 국민이라는 차별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 같은 심리적 문제는 두 지역의 경제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두 지역의 소득차나 임금 격차가 거의 사라졌지만, 옛 동독 지역은 전체 독일의 수치보다 2배 이상 높은 실업률, 그리고 기업 공동화와 인구 격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무력 충돌이 아닌, 양국 정치인과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평화 통일을 달성했고, 이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독일의 위상도 그만큼 올라갔기 때문이다. 한 때 유럽 지역에서 마지막 냉전세력 대결장소과 분단의 상징이기도 했던 베를린은 이제 통일의 수도로 유럽연합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또 2차 대전 전범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독일도 이제 유럽연합과 국제사회를 이끄는 핵심 맴버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돈으로 따지기 힘들 정도의 정치적 국민적 발전을 통일을 통해 얻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독일 통일의 모습을 조만간 다가올 남북 통일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례가 없어 우왕좌왕했던 독일, 갑작스런 통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던 독일과 달리, 우리는 앞선 독일의 통일을 통해 그 방법과 이익, 그리고 부작용까지 꼼꼼히 따저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없는 갑작스런 통일은 독일처럼 재앙적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선 무작정 통일비용을 준비하기보다 국내외적으로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통일의 편익은 그 부작용(분단으로 지불해야 할 직간접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는 점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주변 강대국들의 공감대 형성과 통일 전후 협조를 이끌어내고, 효과적인 경제 회생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통일에서 엿볼 수 있는 통일 후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해, 이미 2만 명을 넘어선 탈북자들의 교육을 정교화하고, 통일 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제적 지출과 이익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도 선결 과제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비용 뿐만 아니라 분단비용, 통일편익에 대한 균형된 인식이 필요하다“며 ”독일 통일 후 매년 1000억유로에 달하는 비용만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단기적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이상의 편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란뉴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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