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7, 2014

손인웅 목사의 한국기독교를 향한 제언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

사회적 사명감 가진 '엘리트 교인', 신앙과 삶 일치시키는 자세 필요
21세기 복음은 '생명의 영성'으로
"'기독교 양반'이 많아져야 합니다."

손인웅(72)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26일 한국 개신교의 미래 대안으로 '기독교 양반'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저희 교회에 양반 집안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처음엔 봉사활동에 소극적이셨는데 금방 바뀌었습니다. 엘리트 의식도 강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지탱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분들이었던 거죠. 품위를 갖추고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는 이런 '기독교 양반' 운동이 교회 안에서 일어나면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달리 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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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 영성수련원으로 사용하는 한옥 마당에 선 손인웅 목사.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갖춘 ‘기독교 양반’이 늘어난다면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escription: http://image.chosun.com/cs/article/2011/icon_img_caption.jpg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 영성수련원으로 사용하는 한옥 마당에 선 손인웅 목사.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갖춘 ‘기독교 양반’이 늘어난다면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진 객원기자
손 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에서 합리적·중도적 목소리를 대변해온 '어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 그가 1977년 담임목사가 될 때 400여명이던 등록 교인은 35년간 2000여명이 됐다. 대형 교회의 성장 속도에 비하면 더뎠지만 그는 "줄지 않고 조금씩 성장하는 이상적 모델이었다. 감사할 일"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말 고() 옥한흠 목사와 함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만들어 교회의 갱신과 일치, 섬김운동을 벌인 그는 재작년 담임목사직 은퇴 후엔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이사장,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회장과 함께 생명신학협의회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봉사' '북한돕기' '생명'을 키워드로 살고 있는 손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거룩함과 포근함 갖춘 교회

손 목사는 경북 군위의 유교 집안에서 성장했다. 마을 인근엔 예배당이 있었다. 예배당 종소리가 들리면 소년은 왠지 가슴이 뛰었다. "집안 망칠 놈"이란 아버지의 꾸중과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주일 아침이면 예배당으로 달려갔다. 그는 "당시 예배당에 가면 집안과는 다른 자유와 거룩함 그리고 포근함이 있었다"고 했다. 학업을 위해 대구로 나온 그가 교회를 찾은 이유도 '세상과 다른 거룩함과 포근함' 때문이었다. '상상 속의 천국 같았던' 그 느낌은 결국 그를 목회자의 길로 이끌었다.

공생공존 그리고 나눔

손 목사는 "지금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가 그런 포근함과 거룩함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영성의 차원을 높이고 시야를 넓혀 교회의 거룩함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거룩함을 회복하기 위한 두 바퀴로 '생명의 영성(靈性)'과 나눔·섬김을 꼽았다.

손 목사가 말하는 '생명의 영성'은 공생공존(共生共存)의 가치. "작게는 개개인의 건강에서부터 크게는 세계 평화까지 모두 생명 문제입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미물(微物)들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며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야죠. 죽어서 천국 가는 것도 좋지만 살아서 함께 하나님 나라를 맛보고 갈 수 있도록 해야지요. 복음도 생명을 살리는 것이니까요."

구체적 실천은 '나눔' '섬김'이다. 지난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당시 전국 교회 목회자·평신도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도시락을 싸와서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한국 교회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누고 섬기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스스로 비우고 낮춰서 세상을 섬긴다면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한국 교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낮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목회자들에게는 '말씀이 삶이 되는, 희생과 봉사로 쌓는 권위', 교인들에게는 '기독교 양반'의 자세를 권했다. 손 목사는 "개별 교회들이 이렇게 차츰 성스러움을 회복하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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